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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자주 그녀의 눈에 눈물이 어렸다. 그랬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 눈물의 어림이 그치면 그녀가 가리란 것을. 그는 그녀가 풍기는 이별의 냄새 앞에 무얼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간 후로, 그저 담배를 피우고, 얼마간 걸어다니다가 돌아와 기타를 치던 손톱을 깎고, 한 계절이거나 두 계절 창 가까이에 앉아 있으리란 걸. 저것 봐라. 여기도 거미가 있지 않은가, 창문 위. 물방울무늬의 거미가 스륵, 제가 짜 놓은 거미줄을 타고 기어 내려오고 있다. 나무나 수풀, 돌 밑이 나 풀속, 바닷가나 사막, 물 속이거나 꽃 위가 아니라 저 거미는 왜 여기에서 기어다니는 건지. 그러다가 어느 날 이제 더 이상 앉아 있지 말자. 무슨 일인가 하자, 마음먹으며 다시 기타를 메고 학원에 나가면 그때도 사람들은 그를 향해 기타 소리가 더 좋아졌네. 그로서는 알 수 없는 말을 할 것이었다. 그는 점박이 머리를 쓰다듬던 팔을 아무렇게나 떨어뜨려 버렸다. 그의 팔은 그에게서 버림받고 바닥에 축 처졌다. 그이 눈에 흰순이를 품에 안고 이놈을 못 찾아 허둥거리던 그녀의 모습이 어려졌다. 찾다가 찾다가 다시 한 번 이미 열쇠를 채운 이 텅 빈 공간에 올라갔다 내려온 그녀는 체념한 듯 고갤 수그리며 인부들에게 품삯을 계산하는 것 같았고, 그리고는 다시 한 번 3층, 그들이 자주 창가의 의자에 앉아 바깥을 내다보고 하던 그 창을 잠시 바라보더니 트럭에 올라탔었다. 그녀는 그 트럭 기사와 함께 오늘 종일 고속도로를 달렸을 것이다. 그녀가 이 도시를 아예 떠나겠다고 그에게 말한 바도 없는데 그이 생각은 그녀의 이삿짐을 실은 트럭은 이 도시의 톨게이트를 지나 온종일 고속도로를 달렸을 거라는 생각이다. 언젠가는요. 내가 떠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그녀가 떠나온 곳이 어디인지 그는 모른다. 거기가 어딘데? 라고 그는 묻지 않았다. 단지 그곳이 아주 먼 곳일 거라는 생각, 여기 바깥일 거라는 생각, 그는 거기까지만 생각했다. 그녀가 그녀의 살림들을 싣고 고속도로로 나갔든 아니든 트럭기 옆에 앉은, 어딘 가로 옮겨가는 그녀 곁엔 그가 아니라 한 마리의 고양이가 있어 줬다. 품속에 그 고양이만이 따뜻한 체온으로 안겨 있었다. 어쩌면 지금쯤 그녀와 고양이 한 마리는 종일 고속도로를 달려. 지금쯤 그녀가 떠나와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그녀의 그곳에 닿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낮에 함께 갔으면 너도 그랬을 텐데 너는 왜 여기 이 빈집에 홀로 있니? 그는 누운 채로 자신의 버려져 있는 듯한 팔을 모아 배 위의 고양이를 안았다. 고양이의 부드러운 등털 속에서 그녀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랬을 거라고, 그녀도 이렇게 어느 순간 순간을 이 부드러운 등털 속에 손을 묻으며 밤과 낮을 보냈을 거라고 생각하니, 그는 얌전하게 점방이의 등을 만지고 있을 수가 없어졌다. 그의 손길에 힘이 들어가고 어지러워지니 천년이라도 그의 배위나 손바닥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을 것 같던 점박이는 그를 차내고 가볍게 창틀을 딛고 이젠 비어 있을 벽의 선반 위에 가 사뿐히 앉았다. 그가 그의 배 위를 떠나 버린 고양이를 누운 채 우두커니 올려다보고 있는데 포포롱 포포롱― 새 우는 소리가 들렸다. 새 소린 망치 소리에 섞여 그리고 거위 소리에 섞여 있어 생쥐 소리에 섞여 있어 그는 포포롱, 포포롱, 소리가 초인종 소리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다. 이 집에 초인종이 있었나? 그는 벌떡 일어섰다. 포포롱 포포롱 소리가 잠시 멎어 그는 잘못 들었나, 하는데 다시 포포롱 포포롱, 거린다. 혹시 그녀가? 그는 성큼성큼 현관 쪽으로 가 문을 땄다. 문 밖에 한 남자가 흰 마스크를 입에서 턱으로 밀어 내리고 있다. 누구세요? 관리실 직원이에요. 그런데? 소독 좀 하려구요? 그러고 보니 남자의 다른 손엔 분무기가 들려 있다. 그는 어이가 없어 분무기를 든 남자를 빤히 쳐다봤다. 밖에 아직도 눈이 내리는가? 남자의 어깨에 머리에 눈이 소복하다. 허연 남자는 그의 시선을 떨쳐 내고 그를 밀치고선 안으로 한 발 들어섰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그가 아아니, 하며 막은 손바닥이 남자의 가슴을 친 격이 되어 버렸다. 그의 제지에 남자가 멈칫 섰다.
잠시면 되는데요.
밤 열 시에 무슨 소득을 하겠다는 거요.
다른 집은 낮에 다 했는데 문이 잠겨서..... 경비원이 지금 문이 열렸다 길래..... 댁이 가면 또 잠길 것 같으니까.
소독 한번 안했다고 무슨 일 나오? 유령같이 한밤에 무슨 소독을 하겠다는 거요? |